얼마 전 인사처에서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문항을 20문항에서 25문항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물론 2027년부터 적용된다고는 하나,

이미 운영 중인 커리큘럼과 방향이 맞닿아 있었기에,

공문을 확인하는 순간, 차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제가 매해 입실하는 시험장에서도 이미 감지되어왔기에,

저와 저희 팀은 발표 이전부터 올해 커리큘럼을 더욱 기민하게 준비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주에는 문법 풀이 전략 강의와 독해 풀이 전략 강의까지 모두 개강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강의 진도가 조금씩 나아갈수록, 수험생분들께 꼭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거 다 외우고 넘어가야 하나요?”

"암기 다 못했는데 계속 진도 나가도 되는 거 맞나요?”

이 질문은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는 내용입니다.

이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고, 또 누구보다 진지하게 공부하고 계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 앞서, 꼭 한 가지 먼저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가’입니다.

이러한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_metacognition입니다.

메타인지는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결정하는 힘의 원천’입니다. 이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진도를 나아가고 또 멈추는 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이해하고 암기하며 넘어가야 한다는 태도는 얼핏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수험 전략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 흐름을 보지 못한 채 부분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더 중요한 개념을 놓치고 시험을 맞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한 교육 방송 PD님께 들었던 실험이 떠오릅니다.

1등급 학생들과 9등급 학생들에게 동일한 낯선 단어를 제시해 암기 실험을 진행했는데, 1등급 학생들의 성과가 2배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1등급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전체를 먼저 살펴본 다음, 쉬워 보이는 단어부터 선택해 외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PD님이 이 전략을 9등급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직접 적용해보게 하자, 학습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암기 성과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례는 공부가 단순히 오래 붙잡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다룰 수 있는 지점을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메타인지이고,

이처럼 진도를 나가며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갖춰가는 방식이야말로, 합격으로 향하는 공부 방법입니다.

지금 진도에 집중해서 나가는 것은 결코 모르는 것을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 흐름을 먼저 파악해두면, 어디가 중요하고, 어디를 다시 봐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깁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모든 걸 알아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는 나아가면서 이해하고, 반복하면서 채워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다시 보이고 다시 만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진짜 공부입니다.

수험의 시간 동안 막막하거나, 혼자만 뒤처지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망설여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분일수록 더 멀리 끝까지 가는 힘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을요.

저는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여러분이 잠시 멈추고 싶을 때 언제나 곁에 있겠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여러분께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성정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