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제게는 지난 일주일은 7일이 아니라,

168시간 짜리 단 하루 같이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시험을 마무리하는 행복한 작별도 있었고,

새로운 만남도 있었으며,

조용히 다시 돌아온 얼굴들도 있었습니다.

그 얼굴들을 마주할 때마다 반가움보다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다시 책상 앞에 앉은 그 결심의 무게를 알기에,

제가 먼저 건네는 첫 한마디가 늘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다시 시작은 처음보다 어렵습니다.

개념은 이미 들어봤고, 문제도 익숙합니다.

그러다 보니 커리를 빨리 따라가야 할 것 같고,

성과도 보여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속도’를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건,

‘안다고 믿는 것’과 ‘진짜 아는 것’의 차이를 그냥 지나치는 일입니다.

그 차이를 점검하지 않은 채 무작정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그것은 합격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저 익숙함에 기대어 달리는 반복된 노동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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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까지 갔다가 아쉽게 최종에서 탈락한 뒤 돌아온,

제가 평소에 지켜보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면접 탈락은

면접관과 마주하고, 다음이 출근일 거라 수없이 상상했던 그 문 앞에서 멈춘 것이기에

그 상처는 깊고 오래 남습니다.

그 친구가 다시 시작할 때, 제가 가장 먼저 해준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서, 네 상황을 복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거 잘 알아.

그런데 서둘을 필요는 없어.

내가 빨리 준비한다고 시험이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란다.

지금은 너의 약점을 정확히 찾는 게 제일 먼저란다.

그게 내년에 이 아쉬움을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야.

시간도 걸리고 결심도 필요하지만, 우리 같이 차근차근 해보자.”

그 학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기특한 결심을했고,

예상치 못했던 작은 구멍, 미세한 틈,

이전에 그냥 지나쳤던 요소들까지 하나씩 점검하며 준비해갔습니다.

결국 1년 뒤, 그는 조용히 합격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공부한 흐름에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이 끝까지 자신을 믿고 버티게 해준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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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마친 직후부터 지난 168시간 수없이 많은 상담을 통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고 경청해왔습니다.

지금 다시 시작을 결심한 많은 수험생 분들이

‘올라온 커리를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조급함을 안고 계신 것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제가 2026 커리를 일찍 시작한것은,

단지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변화된 시험 구조에 맞춰 방향을 재설계하고,

여러분이 다시 탐색하고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드리기 위해

먼저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초시생이 점수를 바닥부터 ‘쌓는’ 공부를 한다면,

다시 시작하는 분들은 구멍 난 부분을 ‘찾고 메꾸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짚지 않으면,

결과는 자성 없는 반복된 역사가 될 뿐입니다. 

지금, 2025년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를 감정을 배제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분석하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시다면 다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지금 내려놓으셔야 가볍게 이 길을 다시 나설 수 있습니다. 

기초, 기본 개념 강의로 돌아가는 것은 부끄럽거나 비효율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년 이 시점 같은 고민을 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이 낯이 뜨거워지는 일입니다 

필요하다면 기본강의를 통해, 영어의 기본 개념을 탄탄히 준비하고,

구문강의를 통해 문장 읽기의 빈틈이 있는지 확실히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문제풀이과정에서 늘 스스로에게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 고민이 남는다면,

문제풀이보다 앞서 반드시 전략강의를 통해서 ‘정답을 맞추는 사고 구조’부터 다잡아나가야만 합니다.

혹여 지금 상황에 대한 혼자 판단이 서기 어렵다면, 주말, 휴일, 새벽 상관없으니 언제든 글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올해 저는 조용히 DAILY 문제풀이 프로그램을 준비해왔습니다.

이건 문제풀이를 더 빨리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제대로 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재시생 = 문제풀이”라는

너무나 편한 설득이 필요 없는 시장의 논리를 제가 따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내년 2026년, 한창 문제풀이에 몰두하고 있을 그때,

"그때 점검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여러분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지금이 바로,

제대로 된 시작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올해도 매의 눈으로,

지금 제 생각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조금의 경계도 늦추지 않겠습니다.

목수의 손길로, 확실하고 탄탄한 다리를 먼저 만들어두고 기다리겠습니다.

적어도 이번 한 주만큼은,

그 길 위에 설 마음과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먼저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나서 기대와 확신을 가지고,

2026 커리를 시작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수험을 끝까지 함께 할 동료로서 진심을 담아 이 글을 드립니다.

성정혜 드림

추신: 이 글을 준비하고 있던 밤, 10년 전 제 수업을 듣고 합격했던 수험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는 다시 10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두 번째 합격 소식을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저를 기억해주고, 제가 타협하거나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켜봐 주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오늘도 초심을 지키며 이 자리에 서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 그의 이야기 보러가기 https://cafe.naver.com/englishdragon/190310